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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국적도 이념도 정체성도 있다… 과학‘자‘에게는

1930년대 후반 일본 교토의 고급 요릿집에서 찍은 빛바랜 흑백사진. 세 명의 남자가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활약한 최고의 조선인 과학자라는 공통분모를 가졌다. 하지만 광복 후 이들의 행로는 남과 북으로 엇갈리게 된다. 육종학자 우장춘, 화학자 이태규, 리승기의 이야기다. 과학사를 전공한 저자는 이 책에서 인물을 중심으로 한국 과학사의 이면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측우기, 자격루 같은 한국과학의 치적을 나열하는 기존 과학사 책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책은 과학자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시대의 부침에 휘둘릴 수밖에 없음을 생생히 보여준다. 예컨대 위에 언급된 세 과학자는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조선인 2세로 뒤늦게 도쿄제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우장춘은 광복 후 한국에 와서도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생애 대부분을 일본에서 보내 한국문화에 서툴렀던 데다 무엇보다 을미사변에 가담한 우범선의 아들이라는 족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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